실리콘밸리 '여성 스티브 잡스' 무너지다

입력 2016-04-14 17:37  

"피 한방울로 질병 진단 믿을 수 없어"
미국 보건당국, 테라노스 CEO 홈즈에 퇴출 통보

19세 창업, 혁신 아이콘 됐지만
소량 피로 각종 질병 진단 '대박'
11년만에 기업가치 90억달러로

진단결과 조작 의혹에 휘청
미국 정부 "신뢰할 수 없는 기술"
혈액진단시장서 '사형선고'



[ 뉴욕=이심기 기자 ] 피 한 방울로 암을 비롯해 수많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로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성공신화를 써온 미국의 혈액검사업체 테라노스가 종말을 맞이하게 됐다. 창업 11년 만에 테라노스를 기업가치 90억달러짜리 회사로 키우며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여성 기업가 엘리자베스 홈즈 최고경영자(CEO·32·사진)도 퇴출 직전 상황에 몰렸다.


◆창업자, 최소 2년간 업계서 퇴출

미국 연방보건당국은 홈즈와 테라노스 2인자인 서니 발와니 사장을 2년간 혈액검사시장에서 퇴출하기로 하고 이 같은 결정을 회사 측에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저소득층 및 노인의료보험을 담당하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는 지난달 18일 테라노스 캘리포니아연구소의 면허를 취소했다.

연방보건당국의 퇴출방안이 확정되면 테라노스 핵심 연구시설 가동이 중단되고, 홈즈와 발와니는 최소 2년간 혈액검사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 홈즈는 자신이 설립한 테라노스 연구시설 접근은 물론 관련된 기업이나 연구업무에 종사하는 것도 금지된다. 회사와 창업자 모두 업계에서 퇴출되는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다.

WSJ는 테라노스가 연방법이 정한 구제절차에 따라 해명서를 제출했고, CMS가 이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새 연구소장을 영입한 테라노스는 다시는 실험 결과에 결함이 제기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WSJ는 전했다. 테라노스 대변인은 “앞으로 3개월 안에 이 절차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추가 대응을 강조했다.

◆획기적 기술이지만 입증 못해

홈즈는 2003년 19세의 나이에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중퇴하고 테라노스를 설립했다. 주사바늘로 피를 뽑지 않더라도 소량의 혈액만으로 암을 비롯한 수백 가지 질환을 15분 안에 검진할 수 있다는 획기적 기술을 내놓아 세계 바이오업계와 벤처투자자를 한눈에 사로잡았다.

2004년 690만달러를 시작으로 매번 투자금을 유치할 때마다 테라노스의 ‘몸값’은 급등했다. 2004년 3000만달러이던 테라노스의 기업가치(시장이 평가한 가치)는 10년 뒤인 2014년 90억달러로 300배까지 뛰어올랐다.

홈즈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젊은, 자수성가한 여성 기업인으로 급부상했다. 매일 무슨 옷을 입을지 고르는 데 쓰는 시간이 아깝다며 항상 검은색 터틀넥(목까지 오는 스웨터)을 고집하면서 ‘여자 스티브잡스’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미국 경영전문잡지 포브스는 홈즈가 보유한 테라노스의 지분가치를 36억달러로 평가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와 같이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하던 홈즈의 발목을 잡은 것은 진단기술의 정확도였다. 지난해 10월 WSJ는 회사 내부자의 제보를 토대로 테라노스 진단 기술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단결과 조작 의혹마저 불거지면서 테라노스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CMS는 지난해 11월 테라노스 캘리포니아연구소를 조사해 진단시약 개발시설의 오염 등 테라노스가 연방법을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테라노스의 뉴저지 뉴어크연구소는 환자 건강과 안전을 직접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이후 테라노스가 제시한 갖가지 해결방안이 불충분하다고 판정되면서 홈즈도 사면초가에 몰렸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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